[라디오]행복테라피의 아름다운 사연 - 김선심 (2012.12.14)
경찰사목위원회 | 2012-12-13 | 조회 1515
행복테라피의 아름다운 사연 구로경찰서 담당 김선심 선교사님과 함께 합니다.
전문 자원봉사자의 아름다운 사연입니다.
<빗나간 사랑>
활동 하러 가는 내 마음이 착잡하다.
그곳에 가면 뉴스의 초점이 되었던 아이가 있을 텐데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든다.
‘망나니 같이 생겼을까? 형을 죽인 살인자니, 아주 못되먹었을거야.’ 라며
혼자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하면서 유치장으로 들어갔다.
천주교에서 온 사람이라 간단하게 소개 하고 조용한 음악을 틀어 놓고 커피를 타서 창살 앞, 작은 예수님들에게로 다가갔다. 한사람, 한사람 지나다 무릎에 얼굴을 파묻고 있는 그 아이가 보인다. 지금 무엇을 생각하고 있을까? 마음에 뭔지 모를 뜨거움이 치솟아 가슴을 때린다.
“아들, 따뜻한 홍차 한잔 마실래?” 사건을 모르는 척, 온화한 미소를 띠면서 그 아이를 불렸다.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는 그 아이의 눈동자는 내 뒤에 있는 허공을 해매였다.
말없이 고개를 좌우로 흔드는 아이를 보며 그 아이의 마음이 느껴졌다.
다른 유치인들을 보면서도 나의 관심은 온통 저 불쌍한 어린양에게 모아진다.
멘트는 3가지를 준비해 왔지만, 선뜻 무엇을 할 것인지 감이 안 잡힌다. 어떤 말을 해줘야 저 아이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차라리 사건을 모르고 왔더라면 하는 후회가 밀려온다.
그 애의 사건은 부모와 형과 4식구가 살았고, 부모는 잘 나가는 엘리트인지는 모르겠지만 형은 공부 잘하는 모범생이었다고 한다.
동생인 그 아이는 늘 부모의 기대치 에 못 미쳤고 ‘어떻게 우리 집안에 저런 아이가 태어났을까’ 하는 부모의 푸념하는 소리를 듣고 자라왔다고 한다.
늘 형같이 해라, 형처럼 되라. 형,형,형, 매사에 형 발꿈치만도 못하다는 핀잔을 듣고 살던 그 아이는 순간 침대에 누워 잠자던 형을 칼로 살해하고 ‘존속살인자’ 라는 죄목으로 잡혀 온 것이다.
너무 가냘프고 곱상하게 생겼다. 가느다란 손을 살며시 끌어 내 손안에 쥐어본다.
눈을 감은 내 가슴도 울먹이고, 그 아이의 떨림도 나에게로 전해온다. 무슨 말이 필요할까?
그냥 그렇게 두 손을 쥐고 한참을 말없이 그대로 있었다.
잘 되라는 부모의 욕심이 결국은 두 아들을 돌이키지 못할 수렁 속으로 빠뜨린 셈이다.
장남은 영원히 올수 없는 저 세상으로, 동생은 형을 죽인 살인자로
그 가족들 사이에 용서라는 단어가 생기기까지 얼마나 많은 세월과 원망과 한탄이 있어야 품어 안을 수 있을까?
‘인생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라는 영화가 떠올랐다.
고 학력을 중요시 하는 사회의 현상에 맞추고 싶은 부모의 빗나간 사랑과 버리지 못하는 욕심이 이런 사건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결코 그 아이만의 잘못이 아니다.
부모와 사회 그리고 그 사회에 살고 있는 모든 어른들의 빗나간 사랑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