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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

[라디오]행복테라피의 아름다운 사연 - 한승희 (2013.01.25)

경찰사목위원회 | 2013-01-25 | 조회 1473

행복테라피의 아름다운 사연  강서.성동경찰서 담당 한승희 선교사님과 함께 합니다.


전문 자원봉사자의 아름다운 사연입니다.

 

 

 

 

 

 

 

<눈물이 핑..>

 

노란 귤을 한 바구니 사들고 계장님 앞에 서니 지금 한명이 있는데 사람을 죽인 사람이라며 망설이며 문을 열어 주십니다.
“살인범이라니... 오늘 활동 힘들겠구나.”약간 걱정이 됩니다.
그런데 요즘 왜 이리 살인으로 들어온 유치인들을 자주 만나게 되는지...
 행여 거부하면 어쩌나 염려를 하며 입실 해 얼른 방을 살펴보니 잘 생긴 20대 청년이 앉아 있습니다. 따뜻한 커피 한잔을 권하니 "저 방금 마셨는데요." 하며 빈 종이컵을  들어 보입니다. 그럼 귤이라도 먹으라며 듬뿍 주니 마다하지 않고 받으며 감사하다는 인사를 합니다. 죄명에 어울리지 않게 반듯한 청년이란 느낌이 옵니다. 시그널 음악을 틀고 잠시 기다리다 바로 말을 건네 봅니다.
 "힘드시지요?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우리가 살다보면 예기치 못한 어려움에 닥칠 때가 있어요. 그러나 이런 역경을 통해 나를 한번 뒤 돌아보고 큰 교훈도 얻는답니다."라는 말을 전하고 청년의 나이를 물으니 스물다섯이라고 합니다. 꽃다운 청년의 나이에 이런 일로 유치장에 들어오다니... 무슨 말을 건낼까 하다가
“형제님의 인생 시간표는 아침 7시 반 , 잠자리에서 일어나 아침밥을 먹고 하루 일과를 시작하기 위해 집을 막 나서려는 시간이고 직장에 가기 위해, 일을 하기 위해 차를 탔는데 아차! 그만 엉뚱한 차를 탔을 수도 있다고 나에게 닥친 위기를 잘 넘기고 재기 할 수 있는 내공의 힘이 필요하다”라고 이야기를 해봅니다.
 순간 청년의 눈가에는 눈물이 핑...
 혹시 종교가 있냐고 물으니 놀랍게도 누님이 수녀님이랍니다. 부모님도 성당에 다니시지만 자신만 아직 세례를 받질 못했다고 하네요. 반듯하게 앉아 "네"네" 하며 공손히 응답하는 모습으로 가정교육을 참 잘 받았다는 느낌이 옵니다.
 하지만 본인 입으로 말은 하지 않지만 사전에 들은 청년의 정보가 면담하는데 자꾸 방해가 됩니다. 이렇게 반듯한 청년이 살인자라니 믿겨지지가 않습니다. 같이 기도를 하자고 하니 얌전하게 꿇어 앉아 성호를 긋네요.
 음악을 틀 사이도 없이 긴긴 대화를 나누고 <성모경>과 전교지 기도를 마치고  마무리를 하니 얼른 일어나 허리 굽혀 인사를 합니다. 살인 후 지금의 시간이 얼마나 힘들지 잘 아는 전 이렇게 반듯하게 인사를 하는 것이 오히려 미안하기만 합니다.
본인이 말을 하지 않아 나는 모르는 척 했지만 내 속 마음은 짠하기 그지없습니다. 계장님께서 하는 말이 "처음 사귄 여자가 헤어지자고 하는 바람에 언쟁을 하다가 우발 적으로 목을 졸라 죽였다고 참 착해 뵈는 친구인데 안됐다. 늘 여자가 화에 근원이다." 라고 하십니다.
맞는 말이라며 맞장구를 쳐봅니다. 청년 누님이 수녀님이라 하니“어쩐지 교육을 잘 받은 청년 같더라.”하시네요.
집으로 돌아 왔는데도 그 청년의 선 한 눈동자에 핑 돌던 눈물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부디 정상 참작이 되어 빨리 가족 품으로 돌아갔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