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202경비대-이정순, 중부서-김귀영(09.11.20)
경찰사목위원회 | 2009-11-24 | 조회 1658
⑴ 첫 번째 사연 : <신종 플루, 괴로워요!>
꽤 늦은 시간에 인왕산에 2차 교리를 하러 갔습니다.
1차 교리 때 근무 나갔던 대원들을 위해 다시 발걸음을 한
건데요, 끝나고 올라가니 마침 취침 점호 시간이 다 됐더군요.
그런데 행정반 앞에서 만난 3소대장님이 저를 보고는
갑자기 취침 점호 좀 해달라는 요청을 하시는 겁니다.
처음엔 반가운 마음에 하시는 농담으로 알았는데,
웬걸요~ 진지하게 건네신 요청이었습니다.
알고 보니, 요즘 신종 플루 때문에
대원들이 외박 외출도 못 하고 갑갑해하고 있는데..
잠깐이라도, 맨날 보는 얼굴보다 새로운 얼굴이 보이면
기분 전환도 되고 좋지 않겠느냐, 하시는 겁니다.
그렇게 말씀하시니 거절할 수가 없어서 취침 점호를 했는데요,
깜짝 놀랐습니다. 항상 어린 아기들처럼 봤던 대원들이
절도 있게 점호하는 모습이 얼마나 늠름해 보이는지요.
새삼 ‘아 대한민국 군인이구나~’ 하고 감탄을 했는데요..
그런 묘한 감동을 안고..소대장님 대신 주의 사항을 전달하고,
또 요즘 신종 플루 때문에 괴롭겠지만,
그래도 기도하면서, 긍정적인 마음으로 잘 지냈으면 좋겠다는
짤막한 격려의 말로 점호를 일찍 끝내주니까
대원들의 얼굴에 화색이 돌면서.."다음에도 선생님이
점호해 주세요~“ 하고 아이처럼 조르는 겁니다.
조금 전 그렇게 남자다웠던 모습들은 다 어디로 가고,
금방 아이가 돼버리는 대원들을 보면서..
오늘도 또 웃으면서 돌아왔습니다.
⑵ 두 번째 사연 : <흐린 날이 지나면 맑은 날이 올 거예요!>
오늘은 유치장이 한산합니다.
그나마 유치인 2명은 잠을 자고 있고,
남은 유치인 2명과 커피를 마시면서 얘기를 나눴는데요,
사람이 적어서일까요?
그날따라 좋은 얘기들이 많이 나왔습니다.
특히 인생이란 마치 날씨와 같다고 한 말이
계속 마음에 남았는데요,
뭔가 쏟아질 듯이 잔뜩 흐렸다가
그냥 아무 일 없다는 듯 맑게 개기도 하고..
그래서 방심하고 있으면
또 갑자기 우르르 쾅쾅- 폭풍이 일고, 눈보라가 치기도 하고..
그러다 문득 따뜻해지고 꽃이 피는 날이 오고..
그렇게 변화무쌍한 날씨와 같은 게 바로 우리 인생이라는 거.
다들 공감하면서 고개 끄덕이고 있는데..
마침 수사관들이 들어와 하소연들을 합니다.
별 생각 없이 ‘유치인들이 몇 안 돼서 좀 쉬시겠어요?’ 했더니
그렇지도 않다고 하면서 하소연이 터져 나온 겁니다.
유치인들을 관리하고 보호하는 일만 해도 쉽지 않은데..
더구나 요즘엔 신종 플루 때문에
유치장 안에서도 흰 마스크를 착용하고
감시 카메라만 해도 서장실을 비롯해 3개나 돌아가고 있어서,
퇴근할 때까지 그야말로 긴장의 연속이라고 합니다.
‘유치장에 있는 유치인들만 힘든 게 아니라
수사관들도 힘든 건 마찬가지구나..‘ 생각이 들었는데요,
그래도 내색 안 하시고,
늘 유치인들을 위해 힘써 주시니
제가 다 고마운 마음이 들더라구요.
문득 조금 전에 들었던 날씨 얘기가 생각나
흐린 날이 지나면 맑은 날이 올 거라는 위로를 건넸는데요,
정말 모두 그런 믿음으로, 더 힘내서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